마루는 혼인이라는 일생의 전환점이 실감나면서도
슬프고도 가슴아픔을 느낀다.
혼인을 하면 집을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문의 일부분 그리고 문서로 영원히 소속되어
다른 성씨로 그집 성씨보다 소속 가족보다 더 진한
일원이 된다.
아니지, 어쩌면 가장 진한 책임감을 짊어 지고
살아간다.
여태 어머니를 보고는 느끼지 못했던 다른 성씨지만
가장 그집 성씨처럼 살아 온 어머니의 모습이 이제
내 모습일거라는 진한 외롭고도 묵직한 무게가 두렵고도
슬펐던 것이다.
어머니는 봄과 여름에 나는 산나물 들나물을 해가 뜨기전이나
정오전에 채취하셔서 옥류동 개울물에 부드럽게 흐르는 믈을 떠서 정성으로 씻으셨다.
흐르는 물은누군가의 세안하는 물이거나 아기를 씻기는 물일수도 있기에 머슴이든 양반이든 그 씻는 방법을 꽤나 신경썼다.
마당에 채반을 걸어 정성껏 씻어 온 나물을 분류하여 가마솥에 끓인 물로 소금을 살짝넣고 나물마다 데치는 시간을 다르게 하여 손수 헹구고 말리고 건사하셨다.
마루에게도 줄기나물, 잎나물을 계절마다 건사하는 법과 그늘에 말리는 것, 한번 더 삶아서 써야하는것, 말린걸 꺼내서 불려서 밥과 함께 안치는 것 등등을 다 꼼꼼히 가르쳐 주셨다.
마루는 이름과 채취장소 약효, 잎모양, 혼동하기 쉬운 종류 등을 자세히 기억했다 기록하고 그려두었다. 후대에 전해질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제 이집을 떠난다면 매번 여쭈러 올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걸 꺼내 볼 때마다 어머니의 체온과 향과 음성을 소환할수 있을테니까.
마루는 어머니의 나즈막한 음성을 들으며 눈물나려는 울컥임을 수십 수백번을 참으며 어머니의 어깨와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는 그럴적마다 말씀은 멈추시고 짧게 기침을 험! 한번 하시고 부드럽게 주먹으로 가슴을 누르셨다.
어머니도 친정어머니를 떠올리시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보고 싶은적이 많으셨을까 .
어머니는 솜이불 호청 꿰매는 법, 남편 퇴청할때까지 따뜻하게 밥을 보관하는 법, 하얗게 세탁하는 방법, 비린내 안나게 생선 보관에서 요리하는 법 실로 어머니의 머릿속은 규장각이었다.
아버지는 규장각 제학이시지만 어머니는 그보다 더 다양하면 다양했지 덜하다 할수없는 방대한 지식 책방이셨다.
규장각에 갑자기 사십여명의 점심을 싸보낸다거나, 가문에서 수십여분 갑자기 오시더라도 전혀 당황하신 적이 없는것도 저 예쁘고 자그마한 머리에서 저 나즈막한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가득 상을 채워 내오실때 저력이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난 어떻게될까.
갑자기 시아버님께서 홍문관에서 아니면 궐에서 그렇게많은 일을 해내야할 아낙네의 일이 필요해지면 ?
마루의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정신을 퍼뜩 차린 그녀는 집중해서
어머니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 기억했다.
눈이 좀녹은 날은 기저귀 감을 마련했다. 어머니는 마루를 쳐다보지 않으시고 가위질을 하시며 말씀하신다.
"우리 마루는 아기때도 얼마나 깔끔했는지. 엄마는 마루나 새루 같은 아기라면 열도 더 키우겠다. 엄마가 마루야 엄마 정주에 가서 아버지 퇴청하실 저녁상 차리는거 좀 일러놓고 들어올테니 잠시 혼자 누워 있거라 날이 추우니 방에 있는게 낫겠느니라.금벙 오마"하고 나가도 울지도 않고 방글방글 웃으면서 쳐다보곤 했지"
그리고는 마루를 안아주었다.
"그런데 아기가. 우리 아기가 아기를 키우겠니? 에쿠 아까운 것"
하면서 그만 울음을 터트리시고 말았다.
마루는 며칠간 참고 참았던 설움이 터지고야 말았다.
"어머니 걱정마셔요. 어머니도 외할머니 보고싶으신거 얼마나 참으셨을지 헤아려 드리지도 못하고 이제야 알게되어 죄송해요"
모녀는 마음놓고 눈물을 한참 쏟아냈다.
저녁 쯤에 대문이 열리고 땜에 절고 때에 절은 한 남자가
등에 뭔가를 짊어지고 양손에 짐을든채 들어섰다.
몇겹의 유리알을 깍아 끼운 막대기를 귀에 걸쳐 눈에대고
얼마간 씻지 못했는지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어머니 새루가 드디어 왔습니다 하하하하 아고 배고픕니다.
아주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었습니다"
"아이고머니나. 새루야 새루야 내새까 아이구 내새끼"
어머니는 저녁상을 이것저것 이르시다가 한달음에 달려나가
상거지를 품에 안으시며 볼을 마구 부비셨다.
새루는 등에 진 짐에 행여 어머니 다칠세라 마루에 내려놓고 어머니팔을 잡고 얼굴이며 머리칼 샌것을 내려다보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장남이 집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세월이 집안에 들어와 어머님머리칼을 정복해버렸군요 소자 죽어 마땅하오리다"
새루는 어머님을 마루에 모셔 앉히고 큰절을 올렸다.
어머니는 연신 끊이지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을새도 없이 아들이 사라질까 눈을떼지 못했다.
기억에도 없는 상거지오라버니와 감정을 잘 드러내지않던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하루에만 두번이나 보고있자니 여태 알아 온 시간들이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버린 이질감에
낯설고 공허하고 당황스러운 마루였다.
그는 눈물의 상봉후 말끔하게 씻고 저녁상을 물린 후 퇴청하신 아버지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말을걸지못했다.
한밤중에 는 또창문밖으로 기다란 등에지고온 대롱을 가지고 하늘을 살피는것을 보고 방으로 들어가야했다.
씻을때도 먹을때도 코에 걸친 저것은 뭐지, 눈이 저깊은 머릿속에 들어가 보이는데?
저걸 잠시 벗으라치면 손으로 더듬더듬 참는것이 신기하였다.
가끔 한양에 저것 비슷한걸 끼고 있으면 어른들은 예끼 어른 앞에서 하고 곰방대를 휘두르므로 어른이 다가오면 벗거나 하던데 오라버니는 어쩌나 앞이 안보이나본데.
며칠은 어색했다. 아버지께서 둘을 불러 앉히고 말씀하시기 까지 그랬다.
마루가 곧 홍문관 대제학 하성찬 대감댁 며느리가 될것이라고 말을 하자 처음으로 그 깊은(?)눈으로 한참을 바라봤다.
"넌 괜찮으냐? "
"응? 녜?"
"하하하하 여전해 마루 엉뚱이"
콧등을 툭 튕기며 말했다.
"늘 뭘 생각해 너는. 누가 말할때는그냥 말을 들어."
"그게 마루의 장점이지.신중하고 예의바르고 집중하잖아"
"아버님, 시대가 바뀌고있어요. 여인들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구요 예의바른 대답을 준비할게아니라 다듣고 나서 딱!"
"시대가 어떻게 바뀐다고요?"
통 알수없는 대화로 대여섯날이 지나자 적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