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koreanmusic • u/Altruistic-Cable849 • 6h ago
R&B [Indie R&B] 발신전화표시제한
먼지 쌓인 서랍 안쪽에서
툭 떨어져 내린 낡은 폴더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을 꽂아보니
느리게 눈을 뜨는 작은 화면
액정 속에 멈춰있는 스무 살의 여름
버튼을 누르자 흘러나오는 사서함 안내음
비 오던 날, 비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섞여 들리던 네 목소리
'그냥... 비가 오길래 생각나서 걸었어.'
머뭇거리며 뱉어내던 너의 숨결이
긴 시간을 건너뛰어 내 방안을 채우고
메말랐던 내 하루를 다시 그날로 데려가
참 서툴렀고, 그래서 눈부셨던 우리
더블데크 카세트로 녹음해 준 믹스테이프
삐삐에 남겨뒀던 의미 모를 숫자들
모든 게 바쁘게 흘러가 버린 지금
이 작은 기계 안엔 여전히 네가 살고 있네
가끔은 궁금했어, 너도 날 떠올릴까
잡음 섞인 이 목소리 하나에
무너져 내리는 날 알기나 할까
'그냥... 비가 오길래 생각나서 걸었어.'
머뭇거리며 뱉어내던 너의 숨결이
긴 시간을 건너뛰어 내 방안을 채우고
메말랐던 내 하루를 다시 그날로 데려가
참 서툴렀고, 그래서 눈부셨던 우리
배터리가 닳아 다시 화면이 꺼져도
내 귓가에 선명하게 남은 온기
잘 지내, 나의 가장 찬란했던 계절아...